여름에 등산을 가면 불편한게 있다.
땀을 흘려서 바지가 달라 붙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리고 자꾸만 바지를 걷어 올리게 된다.
더우니까....

그래서 어느날 반바지를 입어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지마켓에 들어 가서 반바지를 봤다.

그런데 유혹이 생겼다.
어치피 살꺼면 예쁜걸로 사면 좋지 않을까?
결국 반바지 몇개를 구입했다.



반바지하면 떠오르는게 있다.
예전에 사회 초년병때 그러니까 91년도의 일이다.

나는 개발실에 있었는데, 공장에 급한 일들이 생겨서 
며칠 일손을 거들기 위해 공장으로 출근했다.

어차피 도와 주는거 제대로 해보자고
복장부터 편하게.... 운동화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공장장님 한테 혼났다.
회사에 출근하는데 반바지가 뭐냐고...

그때 엄마에게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나는 60이 넘어도 반바지 입을꺼라고.
이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이녀석아 지금 내나이가 60이 넘었다... 라고



이번에 반바지를 입으면서 좋은점이 많았다.
운전하면서 에어컨을 1단만 올려도 썰렁해지는게 춥다.
그늘을 지날때면 작은 바람만 불어도 엄청 시원하다.

일단 전체적으로 몸이 가벼워져서 움직임이 편하다.
굽히고 펴고, 일할때 행동도 자유롭다.



내생각에는 남자꺼는 짧아도 되는것이고....
오히려 여자 반바지는 너무 짧으면 행동이 불편해 지니까
더 길어야 할것 같은 생각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남자 반바지는 99.9%가 무릅까지 치렁 치렁하는 반바지 일색이다.
그리고 아무리 찾아도 예쁜것도 없다.

여자 반바지는 아주 짧은것도 많고 엄청 예쁜것도 많다.
하여튼 짧은 반바지 구하는데 엄청 힘들었다.
여자 반바지는 짧고, 남자 반바지가 길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배불뚝이에....
엉덩이는 터지기 일보직전이고....
목도 없어지는데....
남보기에는 예쁠일이 없을것이다.


남들에게는 예쁜거 엄청 따지면서....
그래서 남이 볼때는 어떤 모습인지 사진을 찍어봤다.
헉~!
말도 않된다... 어색하다.







그래서 에이... 혼자 있을때만 입고
평소에는 그냥 긴바지를 입어야 겠다... 생각을 하고
바지를 입어 봤다.

반바지에 적응을 했는지
긴바지를 입어 보니 짐이 한짐은 되는것 같고
엄청 불편하게 느껴진다... 어쩌지?
순간 갈등이 들었다.

10초정도 떼굴떼굴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주 씸플하게 나 다운 결정을 한다.

내가 언제부터 남의 시선 신경쓰고 살았다고....
그냥 나 하고 싶은데로 하는거지뭐....

그래서 46세 2012년 나의 여름은 반바지로 결정했다.
김용필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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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가까이 반바지를 입으면서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다.

우선 짧은 반바지를 입으려고 하는것이니까....
제일 짧은것은 총장(허리에서 끝단까지)이 24Cm 부터 35Cm까지
4개를 구입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비싼거 싫어하니까...
싼것은 만원정도 하고 비싸다고 해도 3만원 미만이다.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27~30Cm 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27Cm 이하로 짧아지면 남자의 신체구조 특성상 예쁘지 않고
불편해져서 남자는 27Cm 이하의 반바지를 입을 수 없다.


그러면서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반바지의 구조를 생각을 해봤는데
바지... 또는 의류에 대한 많은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바지의 앞면과 뒷면의 길이가 다르다.
아주 값싼 운동복 같은것은 앞뒤가 똑같은데... 
즉 봉재선의 위치가 아랫쪽에 위치하게 된다. (벗어 놓았을때)

하지만 일반적인 바지는 앞면과 뒷면이 앞쪽에서 만난다.
왜냐면 앞면은 말그데로 앞면이고....
뒷면은 엉덩이를 포함해서 밑면까지를 포함하게 된다.

즉, 앞면은 모양을 생각해서 입었을때 앞에서 보게 되는 모양을 
생각해서 절개를 구성하는것이고.....
뒷면은 뒷면에서 보게되는 모양과 엉덩이를 감싸게 되는 길이....
그리고 밑면을 막아주는 길이.... 그것을 모두 포함한다.

결국 앞면은 짧고 뒷면은 길게 되는데 앞면과 뒷면을 붙여서 
봉재하는 위치가 옷을 입었을때는 밑면에 있게 되고
벗어 놓았을때는 앞에 있게 되는것이다.

앞에서 보았을때의 윗쪽 끝선과 그 아랫쪽 봉재선까지의 길이를
밑위길이라고 한다는것도 알게 되었다.

허리는 상단의 벨트고리 아랫쪽의 수평선 크기를 기준으로 하고
엉덩이 크기는 앞지퍼의 아랫쪽 수평선 길이로 한다는것도 알았다.

바지를 볼때 
입었을때의 모습  즉, 입체로 보게 되는것과 
벗었을떄의 모습  즉, 평면상에서 보게되는 것은 천지 차이가 된다.
입체적으로 보는 습관이 없는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차이가 크다.

아... 그래서 마네킹이 필요하구나.
이런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엔지니어라서...
사물을 볼때는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머리속에서 그려볼때는 3D로 그려서 앞뒤로 돌려가면서 상상한다.

그런데 남자의 신체구조상 25Cm 이하의 짧은 반바지를
입을수 없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 머리속에서 3D 도면으로 만들어
이리 저리 굴려보며 살펴 보니....

천을 자를때는 평면에서 작업을 하는데
그것을 붙여서 입체로 만들었을때 사람 몸에 맞게 만들려면
보통일이 아니고 대단한 내공이 필요하다는것을 느끼게 되었다.

몸은 어느 한 부분도 평면이 없고, 모두 곡면이다.
곡선도 아니고 곡면이다.
옷을 만드는 천은 모두 평면인데 말이다.

평면을 가지고 다루어야 하는 것은 곡면이면서도 입체라면 
그것을 다루는것은 참 어려운것이다.

그런일을 하는 사람을 재단사라고 한다.



디자이너는 입었을때의 모양만 생각을 하게 된다.
예쁘게 해야하고, 또 기능적으로 만족한 디자인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어떻게 만들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려 놓으면 누군가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놓을테니까...

그런데 재단사의 입장에서는 입체적인 모양을 보고
여기 저기 간섭을 받지 않고, 봉재선을 원하는 위치에 놓이면서도
평면에서 잘려진 여러가지 단면들이 모여져서 입체가 되도록 해야한다.
그거 참 힘든일 같다.

나중에 재단사를 보게 되면.....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닌것 같다.
이렇게 해서 반바지 덕분에 또 하나를 배우게 되었다.


물론 요즘은 다자이너가 디자인을 마치면
그것을 컴퓨터로 3D 도면화 하고, 평면으로 하나씩 잘라서 평면도를 만들고
그리고 그것을 제단사에게 주거나 또는 컴퓨터 재단기로 자를지 모른다.

하지만 옛날에는 어차피 머리속에서 상상하고 손으로 스케치하여
큼지막한 재단 가위로 천을 자르지 않았던가


아... 그래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스케치 도면을 들고가서
옛날 재단사 아저씨들을 찾아가 천을 잘라 달라고 그러는구나
나름 매력적인 직업인것 같다.